육아일기

20201022

nomad_encho 2020. 10. 29. 17:09

애를 키우면서 때때로 나만 이렇게 힘든가 내가 이상한건가 하는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 일종의 고립감 같은 걸텐데 내 조국을 떠나 외국에서 살면서 끊임없이 찾아오는 향수병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만 이런 소모적 감정 안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과연 이 향수병에 끝이 있는건지, 이곳에서 적응하는 일이 생기기는 하는건지 등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툭 치면 눈물이 왈칵하고 쏟아질 것 같은 상태였다.

전부터 향수병의 조짐을 감지하고는 있었지만 댓바람부터 감정이 널을 뛰니 당황스러워 아침부터 향수병으로 검색한 게 화근이 아닌가 한다. 나처럼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파트너 때문에 체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쓴 글이었는데 자존감이 하락하고 멘탈이 약해진 상태에서 이런 글을 읽는 건 그닥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여튼 아침부터 이렇다보니 남편이 부탁하는 일도 귀찮고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일어나지도 않을 최악의 상태를 생각하며 불안감에 휩싸였던 거다. 결국 곧 차에 애를 태우고 이런 저런 일을 처리하러 가게 됐는데 지금 계절이 계절인지라 운전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단풍에 일단 기분이 좀 나아지고 촌집에 갇혀 꼼짝 않고 있다가 좀 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이런 저런 일을 보다 보니 확실히 기분이 개선되는 거다. 머리가 무거울 때는 차가 별로 없는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는 게 크게 도움이 되긴 한다. 

 

Covid-19 때문에 홀을 개방하지 않아서 숙원이었던 중국 음식 테이크아웃해서 집으로 오는데 늘 그렇듯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짧게 느껴지고(우리집으로 가는 방향은 차가 거의 없어서일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그리고 나와 내 아이를 반겨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내가 돌아갈 이유가 됐다. 포춘쿠키에 적혀 있던 문구 Look a bit farther. future is far brighter than you think 또한 위로가 되었다. 사실 내가 고른 게 남편에게 더 적당한 문구인 거 같고 남편 게 딱 내게 들려주는 말 같아서 서로 교환했다.

 

인생의 모든 것이 그런 것 같다, 순간순간은 괴롭기도 버겁기도 귀찮기도 한데 그렇게 지나고 나면 좋았던 일로 기억되고 기분이 나아지는 것처럼 뭔가 나아지는 그런거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