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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11.19 인생 드라마 나의 아저씨 1

나는 소위 말하는 드라마 킬러였다. 중학생 시절부터 VHS 테이프에 미니시리즈를 매회분 녹화해서 그걸 급우들에게 빌려주기도 했었다. 영화라는 매체를 알게 된 후로는 영화를 더 좋아하게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드라마에 등장하는  미남 배우들을 좋아했고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판타지에 대한 로망이 늘 있었다. 영화연출로 진로를 결정하고 난 뒤로는 드라마를 너무 좋아하는 게 쿨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명작이라는 영화를 보려고 노력했지만 내 취향은 여전했던 것 같다. 물론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영화나 시대의 아픔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도 좋아하기는 했다. 그러나 너무 어려운 영화들은 십대 또는 이십대초반이었던 그 시절 내게는 잘 맞지 않았다.
 
영화를 전공하고 드라마랑은 완전히 담을 쌓고 지낸 기간이 있었다. 여전히 영화 중에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기는 했다. 서른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에 TV 드라마 PD 시험을 1년간 본 기간도 있었다. 한 방송국 면접에서 면접관으로부터 드라마 많이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삼십대라기에는 마음에 없는 말을 할 줄도 모르고 쓸데 없이 정직하던 시절이라 대답을 잘하지 못했다. 그 후로도 내가 가진 취향보다는 남들 눈에 멋져 보이는 -그게 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뭐가 대체 넘의 눈에 멋져보이는 것일까- 그런 것을 추구했고 2015년도에 진로를 바꾸면서 일주일 60시간 (이상) 근무를 하려니 시간은 없고 일을 그만 두고는 두달간 남미여행을 다녀오고 그 후로는 연애하고 결혼하고 한국에서 살지 않다보니 한국 영화든 한국 드라마를 볼 일이 없었다. 결혼 후 영주권을 받을 때까지 한국에서 기다리는 동안에 같은 해 이미 종영한 나의 아저씨를 추천 받아 오랜만에 드라마라는 것을 보게 됐는데 거의 잠을 안자고 이틀만에 끝냈다.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알지 못했던 배우들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인데 나의 아저씨는 그때까지 한번도 아이유의 연기를 보지 못했던 내게 이지은이라는 배우를 발견하게 한 드라마였고, 영화 파주 때부터 캐스팅 하고 싶은 배우 한명만 꼽으라면 늘 일순위였던 배우 이선균을 다시 확인하게 된 드라마였다. 그 뿐만 아니라 배우 한명 한명이 하나같이 그 배역이 되어 시청자 입장에서 몰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새는 정말 감정을 잘 쌓아올리는 작품을 만나기가 너무 어려워졌는데 그런 작품이었다, 단순히 어떤 씬, 어떤 대사가 좋았다가 아니라 극이 전개됨에 따라 보는 이의 감성을 건드리는 그런 작품이었다. 전에는 작품을 볼 때 영화감독이 누군지가 어떤 영화를 볼지를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어서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같은 작가의 나의 해방일지도 보게 됐는데 같은 이유로 역시 좋았다. 어젯밤부터 왜 때문인지 자꾸만 나의 아저씨가 생각이 나서 아침부터 손디아의 어른을 몇번이고 듣고 끄적여봤다.

Posted by nomad_en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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