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동네에서 매주 일요일에 파머스 마켓이 열린다.
한 동네에 사는 친구(사실은 나보다 다섯살 많은 언니)가 판매자로 3주에 한 번씩 이 마켓에 나가서 나도 지난주에 이 친구의 테이블에서 시나몬 번을 팔았다.

반죽을 얇게 펴서 어떤 충전물을 넣느냐에 따라 여러 종류를 만들 수 있기에 번 60개 분량을 만들 수 있는 6kg 반죽(밀가루양은 3.3kg)을 쳤다. 믹서를 1단에서 2단으로 변경하자마자 믹서가 멈춰 돌리던 반죽을 믹싱보울에서 꺼내서 3kg씩 손반죽을 했다... 여기서 이미 다음날 마켓에 나가는 걸 반포기한 상태였다. 40분 정도 손반죽을 한 후에 남편이 믹서 본체 뒤에 있는 전기차단 버튼을 발견해 믹서를 리셋해 반죽을 마칠 수 있었다.

초콜릿 번 15개/시나몬번 30개의 성형을 마치고 밤 11시 경에 애를 재우러 데리고 아이 방으로 올라갔다. 애는 5분 안에 잠이 들었고 그때까지 난 깨있었는데 왜 때문인지 같이 아이 침대에 누웠던 나는 잠이 들어버려 1시가 넘어서야 깼다.. 그 사이 성형해둔 번은 과발효가 됐다...ㅠㅠ
일단 오븐 예열을 시작하고 카다멈 번 15개 분량을 성형하기 시작했다. 오븐이 예열되자마자 철판 3개 분량의 번을 한판씩 굽기 시작했다. 번을 굽고 식힘망에서 식히고 윗면에 시럽을 바르는 동안 카다멈 번 성형을 해서 팬에 올려 래핑하고 2시간이라도 자려고 거실 소파에 누웠다. 눈을 깜빡한 새 2시간이 흐른 듯 꿀잠을 자고 다시 오븐을 예열하고 카다멈번을 굽고 식힌 다음 시럽을 바르고 몇 개는 남편 먹으라고 밀폐용기에 넣어서 부엌에 두고 55개 가량의 번을 쿨러에 채워서 옆동네 파머스 마켓으로 나갔다. 마켓 시간은 11시부터 3시까지였지만 판매자들은 이런저런 셋업을 해야되기 때문에 9시반에 도착하기로 했었다.

잠이 부족했고 몇 년만에 나간 마켓이라 정신이 혼미해 사진 한장 남기지 못했다. 샘플로 사용하고 마켓에 온 지인에게 그냥 준 번을 제외하면 판매할 번이 50개 정도 있었지만 20개만 팔렸고 30개가 남았다.. 설탕이 많이 들어간 시나몬 번은 얼려놓고 먹어도 괜찮아서 개별 포장해 놓은 번을 집에 오자마자 냉동실에 얼렸다. 세 식구가 매일 아침으로 먹고 간식으로도 먹고도 아직 17개 가량 남았다. 두고 두고 당분간 조금씩 간식으로 먹으면 될 것 같다.

오늘이 7월 15일인데 5월 26일에 주문한 Japan kneader의 수동 도우시터를 드디어 발송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야호! 배송을 받는 대로 크루아상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퇴사 후 세 번 밖에 연습을 못해봤는데 날이 더워지면서 결과물이 점점 더 안좋아지고 있어 도우시터만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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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에 이직하면서 쓴 글이 마지막 글이었다.

작년 말까지는 정신 없이 바깥일을 했고 무리했던 여파로 연말 쯤부터 몸이 오래 아팠다.

1월부터는 근무 시간을 줄여달라고 매니저한테 요청하고 몸의 회복에 힘썼고 2월이 되자 제빵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직하기 직전에 20리터 짜리 버티컬 믹서를 중고로 구입했는데 올 2월까지만 해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2024년 말에 사놓고 책꽂이에 고이 모셔둔 제레미 볼레스터 셰프의 [마스터 클래스] 레시피 목록 중 브리오슈를 첫 제빵 품목으로 결정하고 2월말에 처음으로 반죽기를 사용했다. 결과는 처참하게 망했다. 지금 돌아보면 반죽 온도부터 잘못됐던 모양이다. 분명 반죽 온도가 높았을 것이다. 마스터 클래스의 브리오슈 레시피는 수분을 오직 계란과 버터로만 보충하는 전통 브리오슈인데 초보 중에 초보 주제에 너무 어려운 품목을 호기롭게 선택했던 것이다. 브리오슈는 조만간 더 따뜻해지기 전에 재도전해 볼 생각이다.

지금은 담담하게 써내려갈 수 있지만 당시에는 오만 생각이 들고 자괴감이 상당했다.

브리오슈 실패로 무너진 자존감의 회복용으로 베이글을 두 번 굽고 3월 말일에 뺑드미(식빵)를 굽고 다시 한달간 제빵을 하지 못했다. 1-2주에 한번 꼴로 치즈케익, 마들렌, 딸기 생크림 케익 등은 구웠지만 제빵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5월 첫째날인 오늘 다시 1.5배합으로 뺑드미를 구웠는데 두번째라고 지난번에 빵을 처음 구울 때와는 달리 긴장이 풀려 다양한 실수를 했고 -반죽온도 너무 높았고 모든 재료를 1.5배로 계량하고 드라이이스트는 2배로 계량했다.- 결과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만드는 동안 수정을 했다. 결과는 지난번만큼 풍미가 좋지는 않지만 먹는데는 별 지장이 없는 정도의 차이라 다행으로 생각한다.

과연 내가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1일 1제빵을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가 6월 19일까지 학교에 나가고 여름 방학인데 아이 방학이 시작하기 전주까지만 일하고 그만 두겠다고 통보를 한 상태다. 올 여름은 빵을 굽고 그 빵을 팔고 그렇게 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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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시골 생활 2025. 9. 14. 14:53

지난 2년 중 한국에서 머문 기간을 제외하고 동네 주유소에서 일하면서 한번도 거기에서 일하는 것이 좋았던 적이 없다.
애초에 목적이 있어서 거기서 일하려고 했던 것이기는 했지만 이런 이유로 자주 무기력에 빠지게 됐었다. 4월말에 아이가 학교에서 감기를 옮아오더니 남편과 나도 열흘 이상 앓게 되면서 무기력증에 빠지게 됐다. 5월 부터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 즈음 남편이 차로 동서부를 횡단하는 여행을 제안했고 6월 중순에 일을 그만두게 됐다. 우리가 사는 곳은 시골이라 비즈니스가 거의 없고 있어도 B&B, 글램핑사이트, 캠핑사이트 정도이고 더 이상 식당이나 숙박업소에서는 일을 할 의향이 없었고 이 근처에 유일한 일자리는 널싱홈 뿐이라 5월에 일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고속도로 다음 출구 근처에 위치한 널싱홈에 이력서를 갔다 줬다. 열흘 후쯤에 스크리닝 질문을 이메일로 보내왔는데 그러고는 연락이 전혀 없었는데 스쿼머시에서 떠나던 날 아침에 주유소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가 연락을 해왔다. 본인 엄마가 널싱홈 인사과에서 일을 하는데 네 이력서를 잃어버렸다고 하니까 다음 이메일주소로 이력서를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성격이 많이 회복됐지만 앞으로의 벌이가 고민이었는데 타이밍이 굿~~~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바로 다음 주에 면접을 보고 한 달 간의 입사기간을 지나 9월부터 널싱홈에서 일을 하고 있다. 
드디어 최저시급을 탈출했고, 일도 주방에서 하는 일이라 노인들과 직접 대면하는 일이 주업무가 아니고 입주민도 적어서 지금까지는 일이 바쁘다고 느낀 적이 없다. 아직 겨우 2주 나갔지만 지금까지는 세상 널럴하다. 사실 면접 전에 널싱홈 주방에서 일한 사람들의 후기를 레딧에서 검색해서 읽었었는데 세계 어느 주방이나 인간의 한계 이상을 요구하고 주방에서 구르던 사람들이라서 most relaxing job이라고 다들 그러더라. 그러더니 진짜 이래도 되나 싶게 널럴하다.
 
이전에 일을 할 때 본인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할 때는 자기 자신만 점검할 게 아니라 잘못된 곳에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라던 인용어구에 자주 눈길이 갔는데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일이 꼬이고 정체돼 있다면 어쩌면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 잘못된 장소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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