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간 지 거의 8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같은 북반구에서 아마도 한국과 제일 멀지 싶은 캐나다 동부에 위치한 뉴브런즈윅(12시간 시차)에 나는 살고 있다.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가는 여정보다 그 반대 방향이 조금 더 수월해서 인천에서 퀘벡의 몬트리올까지 14시간 정도 비행한 다음 3시간 정도의 스탑오버를 하고 국내선으로 갈아타 뉴브런즈윅까지 1.5시간 정도 비행하는 일정이다. 원래는 18시간 정도 걸리는 일정이지만 에어캐나다는 정시 출발하는 경우가 잘 없어서 이번에도 역시나 비행편 둘 다 지연 출발을 했고 첫 비행부터 목적지의 공항까지 20시간 정도 걸렸다.

오늘 쓰려는 이야기는 몬트리올로 오는 비행에 대한 것이다. 장시간 비행을 할 때 나는 통로쪽 좌석을 선호한다. 남편 없이 아이랑만 비행했기 때문에 나는 통로쪽에 앉고 아이는 가운데 좌석에 앉게 됐다. 창가쪽에 한국인 남자분이 앉아 있었다. 4~5년 전부터 이민을 준비해오다가 실행한 것이라고 했다. 식구들과 몬트리올에 정착할 거라고 했다. 식구들은 8월초에 올건데 먼저 집을 구해 놓기 위해 혼자 가는 거라고 했다.

말이 14시간 비행이지 이 정도의 장거리 비행에서는 영화와 tv시리즈를 봐도 봐도 지루함이 가시지 않는다.   캐나다에서 출발했던 지난 비행에서 아직 반도 못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갑갑해지고 숨이 안쉬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이번 비행 때는 비행 내내 아이가 고열에 시달리기도 했고 옆좌석에 앉은 한국분과의 대화도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시간이 후딱 가버린 기분이었다. 캐나다에 살게 된 이후로 모국어로 대화 나누는 게 큰 기쁨이다.
두 아이의 아빠라는 그 분은 아이가 내 다리를 베고 누워서 다리를 그 분 다리에 올릴 수 있게 배려해줬고  때마다 아직 열이 나는지 세심하게 물어봐줬다. 에어캐나다의 승무원들도 아이의 열을 식혀줄 작은 수건과 얼음, 해열제를 제공해주고 짬이 날 때마다 아이의 안부를 물어봐줬다. 갬동.. ㅠㅠ

이번 비행 경험으로 에어캐나다에 대한 이미지가 좀 바뀌기도 했다. 7년 정도 오직 에어캐나다만 이용하고 있는데 내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게 아니라서 에어캐나다의 서비스에 항상 불만이 많았는데(악명이 높긴하다.) 이번에 승무원들의 친절하고 사려 깊은 모습에 무척 감동 받았다. 지금도 해열제를 챙겨준 캐나다인 승무원의 얼굴이 가물거린다. 뒷좌석에 아동을 동반한 아시아인 승객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고맙게도 키즈 타이레놀을 건네기도 했다.

아이는 비행 내내 열이 38.6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는데 촌집에 오니 열이 37도대로 떨어졌다. 도착한 날 밤 아이는 한숨도 자지 않았는데 아침에는 열이 더 떨어져 있었다. 다음 글에서 한국에 왜 그렇게 오래 있게 됐는지와 많은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 쓰게 되겠지만 이번 비행 또한 마찬가지였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서 배려와 도움을 많이 받은 경험이었다.

두 아이의 아빠라는 한국인 가장의 캐나다 정착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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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omad_en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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