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사실 엊그제(2.11) 쓰고 싶었는데 며칠째 애가 밤마다 깨서 날 찾는 통에 이제야 쓰게 됐다.
악몽을 꾸고 5시가 채 되지 않아 잠에서 깼다.
꿈의 내용은 이랬다.
중학생 때로 돌아가서 시험을 보게 됐는데 OMR 카드(요샌 이런 거 안쓰겠지..?)에 마킹할 사인펜이 없어서 내 절친에게 그걸 빌리는 과정에서 반장 내지는 뭔가 교사와 학생 사이 중간 계급 쯤 되는 학생이 내게 벌점을 줬고 내가 '사인펜 빌린건데?'라고 하자 본인은 몰랐다며 이미 교사에게 보고했기 때문에 돌이킬 수가 없다고 하는 장면에서 씩씩대다가 잠에서 깬 것이다.
나는 며칠전 만 40세 생일을 맞았다. 그런데 아직도 중학생으로 돌아가 시험을 치는 꿈을 꾸다니..
(오마니는 아직도 시험 보는 꿈을 꾸신다고..)
제도교육에서 받은 트라우마가 내 반평생에 미치고 있는 것이다..
나의 학창시절은 무척이나 평범했다. 공부를 아주 잘하는 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많이 노는 편도 아니었다.
학교를 굉장히 좋아했던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제도권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일도 별로 없다. 이 각성이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한국을 떠나기 몇 해 전부터였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경쟁에서 도태되고 경쟁하기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면서부터였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턴가 내가 반복해서 꾸는 악몽 중에 압도적 1위가 중학생 내지는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 시험을 치는 꿈이라는 사실을 새삼 생각해보게 됐고 내가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당한 각종 폭력이 신체적, 정서적 학대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12년의 제도권 교육이 내게 남긴 트라우마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그제 꿈에서 완장을 찬 급우가 벌점은 이미 보고 돼서 돌이킬 수 없다고 할 때 잠에서 깨고 나서도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한참을 갔더랬다.
학교는 사회의 모습과 아주 흡사하다.
앞단락에서 언급했듯이 몇몇 학생에게 완장을 채워주고 다른 학생들을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주고 교내 질서를 유지해나간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과 지식도 사회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디자인됐겠지 한다. 그저 막연히 예전부터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학교에 반드시 보낼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내가 사는 곳의 언어가 내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이 언어로 아이를 교육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은 학교에 보낼 생각이다. 나의 어머니와 나는 정확한 목적도 모른 채 끝없이 평가 당하고 줄 세우는 '교육'이란 것에 10년 이상의 시간을 보냈지만 내 아이에게는 그런 경험을 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고등학교 다닐 때 시험을 보면 반석차 전교석차가 성적표에 표시됐고 수능 모의고사를 치르면 전국 석차까지 적나라하게 표시됐었다.. 내가 여기서 이 이야기를 하면 아무도 못 믿는다...)
글이 또다시 용두사미 너낌이 난다. 작년에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꾸준히 해보자 했건만 결국 두 달만에 글을 쓰게 됐다. 구정을 맞이하여 올해는 뭐든 좀 꾸준히 하고 생각은 조금 줄이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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