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시골 생활'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25.03.02 이런 저런 살아가는 이야기 2
  2. 2023.09.13 일을 그만 뒀다
  3. 2023.07.12 물이 나오지 않는다.
  4. 2023.06.22 Happy Solstice!
  5. 2023.02.18 첫 출근
  6. 2023.02.16 면접 그리고 합격 2
  7. 2018.09.05 너무 빨리 찾아온 향수병

2025년의 첫 두달이 지나갔고 벌써 3월이다.
내가 사는 아틀랜틱 캐나다는 10월 초면 첫 서리가 내리고 11월이면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고 1, 2월이 가장 추운데 촌집으로 이사 온 뒤로 내게는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다. 남편이 매년 단열재를 집에 보충하고 있고 우리의 주 난방 방법은 화목난로인데 그 어느 겨울보다 가장 장작 준비가 잘 된 해였다.
 
여전히 한국인 기준으로는 많이 춥지만 전에 비하면 애틀랜틱 캐나다도 확실히 덜 추워져서 메이플 시럽 시즌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우리 집에서 15분(10k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시부모님의 캐빈이 있는데 거기에서 매년 메이플 시럽을 끓인다. 그래서 어제는 지난 달에 지나가버린 발레타인 데이도 함께 축하할 겸 시부모님의 캐빈에 갔다.
메이플 시럽 시즌이 마치고 날이 풀리면 가을까지 쭉 우린 거의 매 주말에 시부모님 캐빈에 가서 식사를 한다.
남편이 육남매 중 넷째라서 캐빈에 가면 남편의 형제들과 자녀들을 거의 만날 수가 있다.
나는 초콜릿 에클레어와 슈를 만들어 가고 시어머니는 점심식사를 준비하셨다. 아이는 사촌들과 하루종일 즐겁게 놀았다.
내가 사는 뉴브런즈윅주는 주 전체가 시골이라 남편을 제외하고는 시부모님과 조카 애들도 에클레어와 슈를 처음 본단다. 그래도 몇개씩 맛있게 먹어줘서 정말 뿌듯했다.
 
해가 지고 딸 아이와 7학년인 조카 아이랑 같이 캐빈을 걸어 나오는데 조카 아이가 오징어게임 시즌2 의 배우들에 대해 물어봤다. T.O.P로 시작해서 임시완을 아주 좋아하는 눈치였다. 자기 반 아이들이 전부 임시완을 좋아한다고 한다.
자꾸만 캐릭터로 얘기를 안하고 참가번호로 물어보니 배우 이정재가 맡은 역 외에는 도통 알 길이 없었다.
거의 모든 영화를 자막과 함께 보는 게 당연했던 내 세대에서는 지금 이런 현상이 정말 신기하다.
라떼는 한국 컨텐츠가 할리우드 영화처럼 소비되는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는데 말이다.
어려서 할리우드에서 영화 찍는 걸 꿈꿨지만 그게 내가 살아있는 동안 이루어질 수 있는 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번주는 많은 일을 했다.
화요일 하루는 낮에 반짝 따뜻해서 남편은 마당에서 세차를 하고 나는 식탁을 리피니싱했다.
5년을 미뤄온 일이었는데 막상 하니 그렇게 어렵지 않고 나름 재미도 있었다. 일단 상판 윗부분에 기존에 있던 스테인과 탑코트를 전부 벗겨내고 샌딩을 했다.
상판 측면도 반드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태라서 다음 주 중에 따뜻한 날에 마무리할 작정이다.
수요일에는 아침에 일 다녀오고 냉장고가 너무 비어서 읍에 나가서 장도 보고 식탁에 바를 스테인과 탑코트를 사왔다. 김치 담글 배추도 여러 포기 사와서 다음날 이른 새벽에 일어나 배추를 절여 종일 김치를 담갔다.
금요일에는 일하러 가기 두 시간 전에 일어나 풀드포크를 만들려고 수요일에 산 돼지고기에 양념 발라 슬로우쿠커에 넣어뒀다.
일요일인 오늘도 새벽 2시에 눈이 떠져 살림 몇가지 하고 나니 아침이 돼버렸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이 일어나서이고 빠르게 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정해진 루틴으로 살아갈 때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1, 2월은 금방 가버린 듯 하고 지난 일주일은 꽤 길었던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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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번 뭐가 싫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오면 그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20대 30대에는 일을 그만 둘 때마다 마무리가 부드럽게 안됐다. 지랄 맞은 성질 탓에 일을 그만 둘 때면 다신 안볼 거라는 생각으로 마음속에 쌓아둔 말을 독하게 쏟아놓는 것도 잦았다.

8월 20일에 몸이 많이 아팠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일을 나간 뒤부터 인생에 회의가 와서 그런건지 아님 그 다음주에 아파서 못나온 동료를 두고 관리자들이 뒷담화하는 걸 들은 뒤부터인건지 그 무렵부터 이 가게에서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이 참 간사하지. 내가 일을 구할 무렵에 사람을 못구해서 매니저가 힘들었었다는 얘기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여러번 들었는데 그 후로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투입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근무시간을 쪼개기 시작하는거다. 우리집에서 일하던 데까지 차로 왕복 한시간이 걸리는데 세시간 근무하자고 거기까지 가는 게 얼마나 낭비인가.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도시와 도시 중간 어드매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최소 차로 20분 이상 거리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보다 휘발유값이 비싼 지금 자기 가게에 이렇게까지 와서 일하는 사람들에 고마움을 모른다는 게 일단 괘씸하더라. 물론 스케줄을 뭣같이 짜는 게 매니저의 의지는 아닐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지지난주 토요일에 일 다녀오는 길에 우리 동네에 딱 하나 있는 레스토랑에 이력서를 놓고 왔고 지난 일요일에 거기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2년전에 고용됐다가 코로나 백신을 안맞았다는 이유로 일을 못하게 된 곳이었다. 집에서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데다가 매일은 아니지만 오전 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이(식당은 늘 출근이 늦어 퇴근이 늦으니까 그게 힘들다) 이 곳의 장점이고 이 지역에서 가게를 할 여지도 열어둔 나로선 이 지역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유입되는지를 보고 싶은 게 여기서 일하고자 한 가장 큰 이유였다.

지난 주말부터는 일하러 갈 때마다 내 마음이 지옥이라 30분마다 시계를 보고 일하러 온 순간부터 그저 집에 갈 생각뿐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매번 일을 나가는 게 너무 괴로웠는데 어젠 그곳에서의 마지막 근무라고 생각하고 근무하니 그렇게까지 마음이 괴롭지는 않았다. 캐나다에서 산 지 만으로 5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아직도 이곳에서 사귄 친구가 많지 않은 나로선 여기서 마음이 따뜻하고 솔직한 친구도 하나 얻었고 2월에 일을 구할 때에는 여기서 일하는 것도 필요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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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 일어나니 물이 거의 나오지를 않았다.
지하실에서는 물소리가 요란하고.
남편이 내게 차단기에서 워터펌프를 스위치를 차단하라고 지시하고는 문제를 확인하러 우물로 뛰어갔다.
우물의 케이싱이 녹슬어서 펌핑 자체가 안되는 모양이다. 뭐라고 설명을 해줬는데 원리를 이해 못하니까 기억이 안난다.

우리가 이 집으로 들어온 후부터 계속 우리집을 손봐준 배관공 아저씨에게 전화하고 기다렸다. 우리집 지붕을 타고 한쪽으로 쏟아지는 빗물을 큰 컨데이너에 받고 옆집에 가서 마실 물을 얻어왔다. 물이 안나오니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살림을 거의 하지 않았다. 빨래를 할 수 있나 설거지를 할 수 있나 음식을 할 수 있나.
오후에 배관공 아저씨가 다음날 아침에 들르겠노라 전화를 줬다.

할 일이 있어서 새벽에 화장실 가는 김에 다시 침대로 가지 않고 일어났다. 어제 하루 동안 쌓아둔 설거지가 눈에 거슬려 할 일은 제쳐두고 어제 받아놓은 빗물을 끓여 설거지부터 했다. 물이 안나오니 설거지가 하고 싶은 청개구리 심보. 수도에서 콸콸 쏟아지던 물 없이 하루를 지내 보니 여러 생각이 든다. 수도관이 놓이기 전에 사람들은 지금처럼 물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을텐데. 수세식 변기 물을 내릴 때 정말 많은 물을 사용한다는 사실도 새삼 확인하게 됐다. 우리는 모든 게 너무 풍족하고 낭비하는 게 습관이 돼서 얼마나 편하게 누리며 사는지를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가 이 집에 이사왔던 첫 해가 생각나기도 했다. 삼년 전에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우린 8개월간 화장실도 뜨거운 물도 없이 살았다. 3월부터 11월까지. 8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 너무 불편하고 불만족스러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러워졌을 그 시간도 몸은 다 잊고 거의 기억을 못하더라. 네 살배기 딸에게 물이 안나와서 불편하냐니까 안불편하단다. 삼년 전에도 이 아이는 항상 행복했다.
여러 생각이 든 하루,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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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4시 53분이므로 어제는 일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인 하지였다. 우린 하지를 축하하며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밤 11시가 넘어서야 마당에 나가서 모닥불을 피우고 다시 집에 들어와서 넷플릭스에 며칠 전 공개된 블랙미러의 새 시즌을 봤다. 최대한 늦게 자는 게 우리가 하지를 축하하는 방법이다.

캐나다의 겨울은 정말 혹독하다.. 우리는 뉴브런즈윅이라는 주에 살고 있는데 겨울이 일년의 반이라고 보면 된다. 보통 10월초에 첫서리가 내리고 11월이면 눈발이 날리고 4월에도 눈이 온다. 그래서 캐나다인들에게는 여름이 정말 소중하고 여름을 알리는 하지가 축하할 만한 절기가 된 것 같다. 어젯밤에도 겨울 이불을 덮고 잤는데 당분간은 겨울 이불을 치워놔도 될 것 같다.

블로그를 방치한 지 3개월이나 돼서 뭐라도 써야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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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

캐나다 시골 생활 2023. 2. 18. 01:00

어제(2/16) 첫 출근을 했다.
면접 때 매니저에게서 받은 인상이 좋았는데 역시나 일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좋은 느낌을 줬다. 내가 일하게 된 햄버거 가게는 메뉴를 고른 다음에 빵, 페티와 치즈, 베이컨 등의 주재료를 제외한 다른 재료와 소스는 서브웨이처럼 원하는 걸 골라서 토핑할 수 있게 한다. 토핑과 소스 종류가 각각 15가지가 넘는 것 같다.

한국에 콜드스톤이 수입 되기 직전에 미국에서 콜드스톤을 먹어본 적이 있다. 미국에 사는 사촌이 진짜 핫한 가게라며 데려갔는데 커스텀 컨셉의 매장은 본인이 어떤 재료를 고르느냐에 따라 조합이 바뀌기 때문에 취향이 확실한 경우에는 만족하겠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엔 니맛도 내맛도 아닐 수가 있고 심지어 우리나라에서처럼 고객 본인이 토핑 내지 맛의 조합을 고르는 걸 부담스러워해서 취지를 못살리고 망할 수도 있다. 처음엔 커스텀 컨셉으로 가다가 이미 만들어진 조합을 여러 선택지로 주는 방법으로 바꿨던 걸로 기억한다.

다시 내가 일하는 가게의 얘기로 돌아가서
이 가게는 ㄱ자 모양으로 생긴 오픈 주방 한쪽에서는 햄버거를 만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햄버거를 만드는 같은 방식으로 타코, 브리또 등의 멕시칸 음식을 만든다. 난 햄버거 쪽은 손을 안대고 멕시칸 음식을 만든다. 햄버거와 달리 그릴에서 주문과 동시에 모든 재료가 조리되는 게 아니라 밥과 고기류 블랙빈은 이미 조리된 것을 데우기만 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요리를 하는 포지션은 아니다. 난 원래 식당 경험이 없고 한국에선 베이킹을 했었고 베이킹 하기 전엔 카페에서 주말 알바를 했었는데 지금 일은 카페 일에 더 가깝다.

우리집이 워낙 촌이라 가게까지 25분에서 30분 사이는 차를 타고 가야해서 (거리상으로는 30km가 넘는 거리) 출퇴근 길에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한국에서 경험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서빙도 베이킹도 인간 능력의 한계를 경험했었다. 물론 내가 같이 일한 사람의 됨됨이가 이런 안좋은 예를 만든 것 같지만 일주일 나가다 그만 둔 베이커리가 있었는데 내가 분명히 빵은 한번도 안 만져봤다는 거 알고 있으면서 단팥빵 등을 성형할 때 네버엔딩 갈구는 거다. 손님도 없는데 빨리 하라는 둥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요구에 화장실 갈 때도 눈치주고. 그래서 그만 둔 거였지. 게다가 최저시급도 지키지 않았다. 당시 최저시급이 5천원도 안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돈도 없으면 사람을 쓰면 안된다. 그 다음 일한 가게는 정신적 피로를 주지는 않았지만 인건비 아낀다고 하나뿐인 제빵사인 나를 체력적으로 혹사시켰다. 저가로 승부를 보는 브랜드이니 그게 그들의 수익모델이었겠지만 이런 사업은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침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부어서 손가락이 접히지가 않았다. 에너자이저가 별명이었던 내가 체력적으로 딸릴 정도면 성별 구분 없이 대부분은 체력적으로 버텨낼 수 없는 일이라고 봐도 된다.

옛날 사람 인증하자는 게 아니었는데 원래 얘기로 돌아와서 첫 출근은 무척 순조로웠다. 사실 이러고 돈을 받아도 되는건가 싶게 하는 일이 없었다. 어제 내가 일한 시간대에 손님이 유난히 없기도 했다. 그리고 트레이닝 근무라고 해서 근무가 있는 날에 3시간에서 4시간반을 근무한다. 아이가 내가 없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돼서 다행이다. 사실 아이는 어제 내가 출근할 때 두 팔 벌려 환영하며 나를 보내줬다.ㅎㅎ 그리고 가장 맘에 드는 점은 평일엔 7시 30분에 가게 문을 닫는데 그 전부터 일을 마무리하기 시작해서 7시 30분 정각에는 모든 직원이 가게 문 밖에 나가게 한다. 이게 가장 맘에 드는 점이다.

이변이 없는 이상 이 가게에서 다음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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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을 하면 가는 햄버거집이 있는데 거기에서 구인 공고가 났길래 그제 이력서를 보냈는데 어제 아침에 연락이 왔고 오늘 면접을 봤다.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내일부터 트레이닝을 시작하자는 말을 들었다.

영주권 받고 캐나다로 온 지 꼬박 4년반이 됐고 그동안 한번도 고용이 된 적이 없었다. 1년반전쯤에 동네에 딱 하나 있는 상업 시설인 주유소에 딸려있는 간이식당에 구인공고 보고 이력서를 보냈을 때 단번에 연락이 오길래 일 구하는 게 쉬운가보다 했는데 작년 12월 중순부터 일자리를 찾는데 진입 장벽이 낮은 식음료 쪽에도 이렇게나 일자리가 없나 싶게 구인 공고도 적고 이력서 보내도 감감 무소식이더니 내가 자주 가는 가게에서 이렇게 금방 일하게 되니 진짜 기쁘다.

어제가 발렌타인데이에 내 생일이 며칠 전이었기에 시어머니께서 댁으로 몇번이나 초대를 해주셔서 다녀왔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양고기 메뉴로 저녁을 만드시고 케익을 구워 축하를 해주시고 선물에 카드까지 준비해놓으셨다. 이랬는데 사양했으면 어쩔 뻔..

어제 저녁 먹고 아이는 시어머니가 돌봐주시고 코서방은 형과 남동생이랑 놀러 나가고 나는 면접 준비를 했는데 몇시간 동안이나 관련 직종 인터뷰에서 자주 묻는다는 질문을 복붙하고 읽어보고 답변도 작성하고 했는데 면접에서 다행히도 그런 질문은 1도 안하더라.. 작은 사업체라 그런지 매니저님 독대로 일을 언제부터 할 수 있는지 물어 보고 일하는 시간대에 제약이 있는지 그 정도만 묻고 일할 때 뭐가 필요한지(작업화와 복장에 대한 규정 정도) 내일부터 당장 나올 수 있는지. 그리고 트레이닝 기간 동안은 정해진 날 하루 3시간 30분씩 나와서 동료들이 하는 거 보면 된다고 일러주셨다. 내가 사회초년생때부터 30대 초반까지 불합리한 걸 너무 많이 보고 겪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가 정말 감동한 건 면접 보는데 3월 중순부터 말까지 나와 내 가족이 휴가 가는데 어쩌냐니깐 이렇게 스케줄 잡을 수 있게 미리 말해주면 아무 문제가 안된단다.. 나 정말 감동했어.. 한국서 내 인생 첫 서빙 알바 때 매니저가 사사건건 나를 불러다가 별 거도 아닌 걸로 트집 잡았던 거 돌이켜보면 진짜 여긴 넘나 합리적이긴 하다.. 물론 개인차도 있을거라는 건 인정하지만. 그게 불과 10년전이었다.

여러 군데에 지원했다가 까인 건 아니지만 서류 지원하는 족족 면접 기회도 안주길래 캐나다에 있는 한국분들이 인터넷에서 말하는 대로 정녕 오프라인으로 이력서 제출하는 걸 선호하는 건가 살짝 혹했는데 그건 아니라는 결론. 공고가 나는대로 빨리 지원하는 게 면접 확률을 높여주는 건 맞는 듯.

내 비지니스를 시작하는 날에 한발짝 더 가까워졌음을 자축하며 내일부터 열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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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에 캐나다에 랜딩한 뒤 거의 한달이 지났다.

 

한국보다 12시간 느리니까 현재 이곳 시각은 9월 4일 화요일 되시겠다.

 

여행할 때든 재작년 작년 지금의 남편(당시 남자친구)와 연애하면서 캐나다에서 몇개월 씩 체류할 때도 

 

여간해서 한식을 먹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뭐 때문인지 한식을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있다.

 

토론토의 명물 갤러리아 수퍼마켓에 굳이 배낭을 짊어지고 찾아가서 족발에 짜장면을 먹고 나서도

 

폭발적 한식사랑이 수그러들지 않아 세인트존 시부모님댁에 들어온 이후로 2L 들이 김치를 아작을 냈고

 

오늘은 급기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된장찌개를 끓여서 밥을 말아서 호로록 호로록 이건 정말이지

 

먹은 게 아니고 마신 거였다.

 

감정적 허기 때문인지 먹고 돌아서면 속이 빈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작년에 사뒀던 된장을 냉장고에 (자리도 없는데..) 일년간 고이 모셔주신 시어머니께 진심으로 감사를

 

애호박은 없어도 주키니 쓱쓱 썰어서 작년에 엄마가 한국서 들고와준 다시마 큰 거 한장에 보리새우 넣고 

 

바글바글 끓여 먹으니 완전 꿀맛

 

애초에 나 먹으라고 사다놓으신 건 아니었지만 시어머니꼐서 7월에 코스트코에서 사오셨다는 김치랑 먹으니

 

당분간은 한식 안먹어도 괜찮을 것 같이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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