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일어나니 물이 거의 나오지를 않았다.
지하실에서는 물소리가 요란하고.
남편이 내게 차단기에서 워터펌프를 스위치를 차단하라고 지시하고는 문제를 확인하러 우물로 뛰어갔다.
우물의 케이싱이 녹슬어서 펌핑 자체가 안되는 모양이다. 뭐라고 설명을 해줬는데 원리를 이해 못하니까 기억이 안난다.

우리가 이 집으로 들어온 후부터 계속 우리집을 손봐준 배관공 아저씨에게 전화하고 기다렸다. 우리집 지붕을 타고 한쪽으로 쏟아지는 빗물을 큰 컨데이너에 받고 옆집에 가서 마실 물을 얻어왔다. 물이 안나오니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살림을 거의 하지 않았다. 빨래를 할 수 있나 설거지를 할 수 있나 음식을 할 수 있나.
오후에 배관공 아저씨가 다음날 아침에 들르겠노라 전화를 줬다.

할 일이 있어서 새벽에 화장실 가는 김에 다시 침대로 가지 않고 일어났다. 어제 하루 동안 쌓아둔 설거지가 눈에 거슬려 할 일은 제쳐두고 어제 받아놓은 빗물을 끓여 설거지부터 했다. 물이 안나오니 설거지가 하고 싶은 청개구리 심보. 수도에서 콸콸 쏟아지던 물 없이 하루를 지내 보니 여러 생각이 든다. 수도관이 놓이기 전에 사람들은 지금처럼 물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을텐데. 수세식 변기 물을 내릴 때 정말 많은 물을 사용한다는 사실도 새삼 확인하게 됐다. 우리는 모든 게 너무 풍족하고 낭비하는 게 습관이 돼서 얼마나 편하게 누리며 사는지를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가 이 집에 이사왔던 첫 해가 생각나기도 했다. 삼년 전에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우린 8개월간 화장실도 뜨거운 물도 없이 살았다. 3월부터 11월까지. 8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 너무 불편하고 불만족스러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러워졌을 그 시간도 몸은 다 잊고 거의 기억을 못하더라. 네 살배기 딸에게 물이 안나와서 불편하냐니까 안불편하단다. 삼년 전에도 이 아이는 항상 행복했다.
여러 생각이 든 하루,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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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omad_en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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