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번 뭐가 싫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오면 그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20대 30대에는 일을 그만 둘 때마다 마무리가 부드럽게 안됐다. 지랄 맞은 성질 탓에 일을 그만 둘 때면 다신 안볼 거라는 생각으로 마음속에 쌓아둔 말을 독하게 쏟아놓는 것도 잦았다.
8월 20일에 몸이 많이 아팠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일을 나간 뒤부터 인생에 회의가 와서 그런건지 아님 그 다음주에 아파서 못나온 동료를 두고 관리자들이 뒷담화하는 걸 들은 뒤부터인건지 그 무렵부터 이 가게에서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이 참 간사하지. 내가 일을 구할 무렵에 사람을 못구해서 매니저가 힘들었었다는 얘기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여러번 들었는데 그 후로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투입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근무시간을 쪼개기 시작하는거다. 우리집에서 일하던 데까지 차로 왕복 한시간이 걸리는데 세시간 근무하자고 거기까지 가는 게 얼마나 낭비인가.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도시와 도시 중간 어드매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최소 차로 20분 이상 거리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보다 휘발유값이 비싼 지금 자기 가게에 이렇게까지 와서 일하는 사람들에 고마움을 모른다는 게 일단 괘씸하더라. 물론 스케줄을 뭣같이 짜는 게 매니저의 의지는 아닐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지지난주 토요일에 일 다녀오는 길에 우리 동네에 딱 하나 있는 레스토랑에 이력서를 놓고 왔고 지난 일요일에 거기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2년전에 고용됐다가 코로나 백신을 안맞았다는 이유로 일을 못하게 된 곳이었다. 집에서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데다가 매일은 아니지만 오전 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이(식당은 늘 출근이 늦어 퇴근이 늦으니까 그게 힘들다) 이 곳의 장점이고 이 지역에서 가게를 할 여지도 열어둔 나로선 이 지역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유입되는지를 보고 싶은 게 여기서 일하고자 한 가장 큰 이유였다.
지난 주말부터는 일하러 갈 때마다 내 마음이 지옥이라 30분마다 시계를 보고 일하러 온 순간부터 그저 집에 갈 생각뿐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매번 일을 나가는 게 너무 괴로웠는데 어젠 그곳에서의 마지막 근무라고 생각하고 근무하니 그렇게까지 마음이 괴롭지는 않았다. 캐나다에서 산 지 만으로 5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아직도 이곳에서 사귄 친구가 많지 않은 나로선 여기서 마음이 따뜻하고 솔직한 친구도 하나 얻었고 2월에 일을 구할 때에는 여기서 일하는 것도 필요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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