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브런즈윅'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3.02.18 첫 출근
  2. 2023.02.16 면접 그리고 합격 2

첫 출근

캐나다 시골 생활 2023. 2. 18. 01:00

어제(2/16) 첫 출근을 했다.
면접 때 매니저에게서 받은 인상이 좋았는데 역시나 일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좋은 느낌을 줬다. 내가 일하게 된 햄버거 가게는 메뉴를 고른 다음에 빵, 페티와 치즈, 베이컨 등의 주재료를 제외한 다른 재료와 소스는 서브웨이처럼 원하는 걸 골라서 토핑할 수 있게 한다. 토핑과 소스 종류가 각각 15가지가 넘는 것 같다.

한국에 콜드스톤이 수입 되기 직전에 미국에서 콜드스톤을 먹어본 적이 있다. 미국에 사는 사촌이 진짜 핫한 가게라며 데려갔는데 커스텀 컨셉의 매장은 본인이 어떤 재료를 고르느냐에 따라 조합이 바뀌기 때문에 취향이 확실한 경우에는 만족하겠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엔 니맛도 내맛도 아닐 수가 있고 심지어 우리나라에서처럼 고객 본인이 토핑 내지 맛의 조합을 고르는 걸 부담스러워해서 취지를 못살리고 망할 수도 있다. 처음엔 커스텀 컨셉으로 가다가 이미 만들어진 조합을 여러 선택지로 주는 방법으로 바꿨던 걸로 기억한다.

다시 내가 일하는 가게의 얘기로 돌아가서
이 가게는 ㄱ자 모양으로 생긴 오픈 주방 한쪽에서는 햄버거를 만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햄버거를 만드는 같은 방식으로 타코, 브리또 등의 멕시칸 음식을 만든다. 난 햄버거 쪽은 손을 안대고 멕시칸 음식을 만든다. 햄버거와 달리 그릴에서 주문과 동시에 모든 재료가 조리되는 게 아니라 밥과 고기류 블랙빈은 이미 조리된 것을 데우기만 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요리를 하는 포지션은 아니다. 난 원래 식당 경험이 없고 한국에선 베이킹을 했었고 베이킹 하기 전엔 카페에서 주말 알바를 했었는데 지금 일은 카페 일에 더 가깝다.

우리집이 워낙 촌이라 가게까지 25분에서 30분 사이는 차를 타고 가야해서 (거리상으로는 30km가 넘는 거리) 출퇴근 길에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한국에서 경험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서빙도 베이킹도 인간 능력의 한계를 경험했었다. 물론 내가 같이 일한 사람의 됨됨이가 이런 안좋은 예를 만든 것 같지만 일주일 나가다 그만 둔 베이커리가 있었는데 내가 분명히 빵은 한번도 안 만져봤다는 거 알고 있으면서 단팥빵 등을 성형할 때 네버엔딩 갈구는 거다. 손님도 없는데 빨리 하라는 둥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요구에 화장실 갈 때도 눈치주고. 그래서 그만 둔 거였지. 게다가 최저시급도 지키지 않았다. 당시 최저시급이 5천원도 안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돈도 없으면 사람을 쓰면 안된다. 그 다음 일한 가게는 정신적 피로를 주지는 않았지만 인건비 아낀다고 하나뿐인 제빵사인 나를 체력적으로 혹사시켰다. 저가로 승부를 보는 브랜드이니 그게 그들의 수익모델이었겠지만 이런 사업은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침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부어서 손가락이 접히지가 않았다. 에너자이저가 별명이었던 내가 체력적으로 딸릴 정도면 성별 구분 없이 대부분은 체력적으로 버텨낼 수 없는 일이라고 봐도 된다.

옛날 사람 인증하자는 게 아니었는데 원래 얘기로 돌아와서 첫 출근은 무척 순조로웠다. 사실 이러고 돈을 받아도 되는건가 싶게 하는 일이 없었다. 어제 내가 일한 시간대에 손님이 유난히 없기도 했다. 그리고 트레이닝 근무라고 해서 근무가 있는 날에 3시간에서 4시간반을 근무한다. 아이가 내가 없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돼서 다행이다. 사실 아이는 어제 내가 출근할 때 두 팔 벌려 환영하며 나를 보내줬다.ㅎㅎ 그리고 가장 맘에 드는 점은 평일엔 7시 30분에 가게 문을 닫는데 그 전부터 일을 마무리하기 시작해서 7시 30분 정각에는 모든 직원이 가게 문 밖에 나가게 한다. 이게 가장 맘에 드는 점이다.

이변이 없는 이상 이 가게에서 다음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일할 것 같다.

'캐나다 시골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을 그만 뒀다  (0) 2023.09.13
물이 나오지 않는다.  (0) 2023.07.12
Happy Solstice!  (0) 2023.06.22
면접 그리고 합격  (2) 2023.02.16
너무 빨리 찾아온 향수병  (0) 2018.09.05
Posted by nomad_encho
,

외식을 하면 가는 햄버거집이 있는데 거기에서 구인 공고가 났길래 그제 이력서를 보냈는데 어제 아침에 연락이 왔고 오늘 면접을 봤다.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내일부터 트레이닝을 시작하자는 말을 들었다.

영주권 받고 캐나다로 온 지 꼬박 4년반이 됐고 그동안 한번도 고용이 된 적이 없었다. 1년반전쯤에 동네에 딱 하나 있는 상업 시설인 주유소에 딸려있는 간이식당에 구인공고 보고 이력서를 보냈을 때 단번에 연락이 오길래 일 구하는 게 쉬운가보다 했는데 작년 12월 중순부터 일자리를 찾는데 진입 장벽이 낮은 식음료 쪽에도 이렇게나 일자리가 없나 싶게 구인 공고도 적고 이력서 보내도 감감 무소식이더니 내가 자주 가는 가게에서 이렇게 금방 일하게 되니 진짜 기쁘다.

어제가 발렌타인데이에 내 생일이 며칠 전이었기에 시어머니께서 댁으로 몇번이나 초대를 해주셔서 다녀왔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양고기 메뉴로 저녁을 만드시고 케익을 구워 축하를 해주시고 선물에 카드까지 준비해놓으셨다. 이랬는데 사양했으면 어쩔 뻔..

어제 저녁 먹고 아이는 시어머니가 돌봐주시고 코서방은 형과 남동생이랑 놀러 나가고 나는 면접 준비를 했는데 몇시간 동안이나 관련 직종 인터뷰에서 자주 묻는다는 질문을 복붙하고 읽어보고 답변도 작성하고 했는데 면접에서 다행히도 그런 질문은 1도 안하더라.. 작은 사업체라 그런지 매니저님 독대로 일을 언제부터 할 수 있는지 물어 보고 일하는 시간대에 제약이 있는지 그 정도만 묻고 일할 때 뭐가 필요한지(작업화와 복장에 대한 규정 정도) 내일부터 당장 나올 수 있는지. 그리고 트레이닝 기간 동안은 정해진 날 하루 3시간 30분씩 나와서 동료들이 하는 거 보면 된다고 일러주셨다. 내가 사회초년생때부터 30대 초반까지 불합리한 걸 너무 많이 보고 겪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가 정말 감동한 건 면접 보는데 3월 중순부터 말까지 나와 내 가족이 휴가 가는데 어쩌냐니깐 이렇게 스케줄 잡을 수 있게 미리 말해주면 아무 문제가 안된단다.. 나 정말 감동했어.. 한국서 내 인생 첫 서빙 알바 때 매니저가 사사건건 나를 불러다가 별 거도 아닌 걸로 트집 잡았던 거 돌이켜보면 진짜 여긴 넘나 합리적이긴 하다.. 물론 개인차도 있을거라는 건 인정하지만. 그게 불과 10년전이었다.

여러 군데에 지원했다가 까인 건 아니지만 서류 지원하는 족족 면접 기회도 안주길래 캐나다에 있는 한국분들이 인터넷에서 말하는 대로 정녕 오프라인으로 이력서 제출하는 걸 선호하는 건가 살짝 혹했는데 그건 아니라는 결론. 공고가 나는대로 빨리 지원하는 게 면접 확률을 높여주는 건 맞는 듯.

내 비지니스를 시작하는 날에 한발짝 더 가까워졌음을 자축하며 내일부터 열일해야지.



'캐나다 시골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을 그만 뒀다  (0) 2023.09.13
물이 나오지 않는다.  (0) 2023.07.12
Happy Solstice!  (0) 2023.06.22
첫 출근  (0) 2023.02.18
너무 빨리 찾아온 향수병  (0) 2018.09.05
Posted by nomad_ench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