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첫 두달이 지나갔고 벌써 3월이다.
내가 사는 아틀랜틱 캐나다는 10월 초면 첫 서리가 내리고 11월이면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고 1, 2월이 가장 추운데 촌집으로 이사 온 뒤로 내게는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다. 남편이 매년 단열재를 집에 보충하고 있고 우리의 주 난방 방법은 화목난로인데 그 어느 겨울보다 가장 장작 준비가 잘 된 해였다.
여전히 한국인 기준으로는 많이 춥지만 전에 비하면 애틀랜틱 캐나다도 확실히 덜 추워져서 메이플 시럽 시즌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우리 집에서 15분(10k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시부모님의 캐빈이 있는데 거기에서 매년 메이플 시럽을 끓인다. 그래서 어제는 지난 달에 지나가버린 발레타인 데이도 함께 축하할 겸 시부모님의 캐빈에 갔다.
메이플 시럽 시즌이 마치고 날이 풀리면 가을까지 쭉 우린 거의 매 주말에 시부모님 캐빈에 가서 식사를 한다.
남편이 육남매 중 넷째라서 캐빈에 가면 남편의 형제들과 자녀들을 거의 만날 수가 있다.
나는 초콜릿 에클레어와 슈를 만들어 가고 시어머니는 점심식사를 준비하셨다. 아이는 사촌들과 하루종일 즐겁게 놀았다.
내가 사는 뉴브런즈윅주는 주 전체가 시골이라 남편을 제외하고는 시부모님과 조카 애들도 에클레어와 슈를 처음 본단다. 그래도 몇개씩 맛있게 먹어줘서 정말 뿌듯했다.
해가 지고 딸 아이와 7학년인 조카 아이랑 같이 캐빈을 걸어 나오는데 조카 아이가 오징어게임 시즌2 의 배우들에 대해 물어봤다. T.O.P로 시작해서 임시완을 아주 좋아하는 눈치였다. 자기 반 아이들이 전부 임시완을 좋아한다고 한다.
자꾸만 캐릭터로 얘기를 안하고 참가번호로 물어보니 배우 이정재가 맡은 역 외에는 도통 알 길이 없었다.
거의 모든 영화를 자막과 함께 보는 게 당연했던 내 세대에서는 지금 이런 현상이 정말 신기하다.
라떼는 한국 컨텐츠가 할리우드 영화처럼 소비되는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는데 말이다.
어려서 할리우드에서 영화 찍는 걸 꿈꿨지만 그게 내가 살아있는 동안 이루어질 수 있는 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번주는 많은 일을 했다.
화요일 하루는 낮에 반짝 따뜻해서 남편은 마당에서 세차를 하고 나는 식탁을 리피니싱했다.
5년을 미뤄온 일이었는데 막상 하니 그렇게 어렵지 않고 나름 재미도 있었다. 일단 상판 윗부분에 기존에 있던 스테인과 탑코트를 전부 벗겨내고 샌딩을 했다.
상판 측면도 반드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태라서 다음 주 중에 따뜻한 날에 마무리할 작정이다.
수요일에는 아침에 일 다녀오고 냉장고가 너무 비어서 읍에 나가서 장도 보고 식탁에 바를 스테인과 탑코트를 사왔다. 김치 담글 배추도 여러 포기 사와서 다음날 이른 새벽에 일어나 배추를 절여 종일 김치를 담갔다.
금요일에는 일하러 가기 두 시간 전에 일어나 풀드포크를 만들려고 수요일에 산 돼지고기에 양념 발라 슬로우쿠커에 넣어뒀다.
일요일인 오늘도 새벽 2시에 눈이 떠져 살림 몇가지 하고 나니 아침이 돼버렸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이 일어나서이고 빠르게 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정해진 루틴으로 살아갈 때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1, 2월은 금방 가버린 듯 하고 지난 일주일은 꽤 길었던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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